자연 묘사에 강한 시인이 있다. 그것도 주정적인 감상을 예쁘게 잘 전달하는. 이은봉 시인도 그 중에 하나다.

'철싹 달라붙고 싶지 허리춤 혹은 젖은 바짓가랑이, 복숭아뼈 위 여린 살갗에라도, 그만 매달리고 싶지 중머리재 돌아, 토끼등 끼고 주춤주춤 오솔길 걸어내려오고 싶지'(「도꼬마리 마른 풀씨!」) 같은 대목이나 '토닥토닥, 화장한 얼굴/ ......해맑은 목소리, 곱기도 해라'(「능소화, 덩굴꽃」)를 보면 그에게 자연은 뽀얀 아기 얼굴처럼 마냥 보고 싶은 대상이다.

그 때문일까. 자연의 고통을 드러내는 묘사는 별로 리얼하지 않다. '바다는 이미 제정신 잃어버렸다/ 아예 제 숨결 놓아버렸다/ 몸뚱히 희뿌옇게 태우고 있는 바다'(「바다 2」)에서 처럼. 생명에 대한 경이와 사랑이 깊으면 그 절망 또한 깊은 법은데, 그저 의인법으로만 그치고 마니 조금은 싱겁다.

그렇지만, 아직은 시인이 절망할 정도로 자연이 죽어가는 건 아닐 지도 모른다고 돌려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시인이 자연을 들여다 보는 일은, 곧 자신의 생각을 줍는 일이기에 시작(詩作)도 전적으로 그에게 달린 문제일 터.

오히려 그의 시가 이토록 평안함을 감사드려야 하지 않을지. 온통 정신없는 세상에서, 이처럼 어여쁘게 자연만물을 감상할 수 있는 그가 부러울 뿐이다. 다소간 심술이 나더라도 그더러 아프고 힘든 시를 쓰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정녕 그렇다 하더라도 시인의 흥을 깰 수는 없으니까.

제1부

청매화, 봄빛 ㅣ 봄 햇살 ㅣ 섬진강 ㅣ 사이, 소리 ㅣ 발자국 ㅣ 감나무 아래 ㅣ 대원사에서
초록 잎새들! ㅣ 만리포 바다 ㅣ 아침 바다 ㅣ 달 ㅣ 강, 산, 들 ㅣ 패랭이꽃
무등산 1 ; 아흐, 치자꽃 향기라니! ㅣ 능소화, 덩굴꽃 ㅣ 한천 숲에서 ㅣ 도꼬마리 마른 풀씨!

제2부

휘파람 부는 저녁 ㅣ 가야산 ㅣ 무등산 2 ㅣ 무등산 3 ㅣ 무등산 4 ㅣ 바다 1
걸레옷을 입은 플라타너스 ㅣ 바다 2 ㅣ 一瞬 l 달과 돌 ㅣ 사막 ㅣ 어이, 바윗덩어리들!
돌멩이 하나 ㅣ ㅣ침팬지의 집 ㅣ 털 없는 원숭이 ㅣ 바위의 길 ㅣ 돌의 나라

제3부

젊은 느티나무 ㅣ 꽁치 ㅣ 보림사에서 ㅣ 씨 뿌리는 사람 ㅣ 염포 바다 ㅣ 무화과 ㅣ 선에 대하여
낙화암에서 ㅣ 진해만이 보이는 국수집에서 ㅣ 습관적 반성 ㅣ 너무 과했나? ㅣ 꿀벌 한마리
백목련 ㅣ 조금쯤 고요해져 ㅣ 대둔산 ㅣ 바다 ㅣ 살 부러진 파아란 우산 하나 ㅣ 망초꽃더미

제4부

제1부

청매화, 봄빛 ㅣ 봄 햇살 ㅣ 섬진강 ㅣ 사이, 소리 ㅣ 발자국 ㅣ 감나무 아래 ㅣ 대원사에서
초록 잎새들! ㅣ 만리포 바다 ㅣ 아침 바다 ㅣ 달 ㅣ 강, 산, 들 ㅣ 패랭이꽃
무등산 1 ; 아흐, 치자꽃 향기라니! ㅣ 능소화, 덩굴꽃 ㅣ 한천 숲에서 ㅣ 도꼬마리 마른 풀씨!

제2부

휘파람 부는 저녁 ㅣ 가야산 ㅣ 무등산 2 ㅣ 무등산 3 ㅣ 무등산 4 ㅣ 바다 1
걸레옷을 입은 플라타너스 ㅣ 바다 2 ㅣ 一瞬 l 달과 돌 ㅣ 사막 ㅣ 어이, 바윗덩어리들!
돌멩이 하나 ㅣ ㅣ침팬지의 집 ㅣ 털 없는 원숭이 ㅣ 바위의 길 ㅣ 돌의 나라

제3부

젊은 느티나무 ㅣ 꽁치 ㅣ 보림사에서 ㅣ 씨 뿌리는 사람 ㅣ 염포 바다 ㅣ 무화과 ㅣ 선에 대하여
낙화암에서 ㅣ 진해만이 보이는 국수집에서 ㅣ 습관적 반성 ㅣ 너무 과했나? ㅣ 꿀벌 한마리
백목련 ㅣ 조금쯤 고요해져 ㅣ 대둔산 ㅣ 바다 ㅣ 살 부러진 파아란 우산 하나 ㅣ 망초꽃더미

제4부

허물어야지 벽, 되었다면 ㅣ 북, 소리 ㅣ 무등산 5 ㅣ 송아지처럼 ㅣ 버려진 냉장고 ㅣ 가족 사진
외식 ㅣ 쌍계사 가는 길 ㅣ 변산 갯벌 ㅣ 명옥헌의 달 ㅣ 방 ㅣ 저녁 ㅣ 비닐 우산을 받쳐 든 여인
재석산 아침 ㅣ 집 ㅣ 호박넝쿨이 자라는 속도라니! ㅣ 낡은 지비 탑

- 해설
-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