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에서 죽음은 놀랍게도 일상이다. 삶의 끝도 아니고, 상징도 아니고, 메타포도 아니고, 죽음은 매일 보고 겪게 되는 일상사처럼 우리 곁에 있다. 시인은 그 죽음을 천연덕스럽게, 본 대로 겪은 대로 묘사한다. 시인의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그로테스크하게 읽혀진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듣고 목격하는가. 그리고 그 죽음을 또한 얼마나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가. 시인은 이미 그로테스크함이 일상화되어버린 이러한 세상의 괴괴한 그로케스크의 본래적 힘을 시를 통해 복원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