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근대의 탄생 - 지옥에서 꾸며진 책 <신학정치론> (알철64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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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설명
스피노자가 주저 『윤리학』을 제쳐두고 집필한 『신학-정치론』은 1670년 1월 출간되자마자 전 유럽에 걸쳐 ‘지옥에서 꾸며진 책’이라고 불릴 만큼 불온하고 신성모독적이라는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다.
성경이 신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문학작품이며, 참된 신앙은 제도화된 종교와 상관이 없고, 종교가 근대국가의 통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형태의 정부라는 그 책의 주장은 당시 유럽에서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유의 기치가 가장 드높았던 네덜란드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전복적이고 급진적인 것이었다.
『신학-정치론』에서 스피노자가 주로 관심을 기울인 종교는 아브라함 전승(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이스라엘의 역사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공유하는 기독교와 유대교다. 이런 종교의 전승은 근본적으로 조직화된 미신이라는 것이 스피노자의 설명이다. 종파로 나뉘어 조직화, 제도화된 종교는 제의 준수를 중시한다. 그 제도적 형식이 바로 종교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의를 따르도록 하는 종교는 참된 종교가 아니다. 스피노자에게 있어 참된 종교의 핵심은 사람이 만든 제의적 율법이 아니라 신성한 법에 복종하는 것이다.
신에 대한 지적인 인식은 신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며, 영원한 진리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렇게 신을 알고 행복을 깨닫는 과정은 심판하는 신 앞에 서 있는 느낌과는 판이하다.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공포, 두려움, 신에 대한 경외심 등은 표상상의 관념을 통해 신을 타당하지 않게 인식한 결과일 뿐이다.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은 오히려 이러한 두려움을 제거하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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