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새책)

1998년 「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소복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2001년 첫 시집 <내소사의 아침>을 상재한 이후 근 10여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으로, 그동안 각종 문예지와 시전문지에 발표되었던 작품들과 미발표 근작시를 포함하여 총 62편의 시들이 실려 있다. 시인의 시들은 한시나 동양적 수묵화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듯한 단아한 리듬감과 여백이 풍부한 서정의 풍경을 연출한다.

소복수의 시들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빌려 외로움이나 슬픔, 그리움 같은 정조를 날줄로 삼고 압축적이고도 단아한 리듬을 씨줄로 삼아 삶과 존재의 절정의 한 순간을 아라크네의 직조술로 복원해낸다. 이 복원된 시간의 기록을 '적막한 고요'의 풍경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왜냐하면 소복수 시인의 시세계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근원적인 이미지나 모티프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빈 여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