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하고 몽환적인 시집. 주제나 발표연도에 의하지 않고 시인이 자의적으로 시를 배치했다. 시집은 이상한 날, 이상한 나라에 있는 '나'의 이야기다.

시 '결국'에서 시적화자는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 지나' 산책을 하고 있다. 산보자는 특정한 목적지도 없이 걷는다. 빈 공터, 당구장, 동대문 운동장, 술집을 지나 걷기는 계속된다. 이 느림과 반복은 다른 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로인해 시집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있는 듯 허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인은 이렇게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이미지의 반복의 통해 '뜨내기 세상의 아름다움과 참혹함을, 그 덧없음과 살만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형식적으로는 산문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시행의 길이가 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