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좀더 통합적이고 학제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공동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여성의 몸 읽기'라는 주제를 다루되, 일방의 관점만을 강요하지 않고, 문화이론, 문화산업, 성 연구(gender studies)를 두루 담아낸다.

요컨대, 시네 페미니즘, 레즈비언 페미니즘, 정신분석적 페미니즘, 흑인 페미니즘 등의 입장을 다루고 있는 논문들을 통해 여성의 몸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상품화되고, 구성되고, 인식되어 왔는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1장은 의학서적에서 월경과 폐경을 다루는 방식, 2장은 강간이 '백인' 여성에 대한 '흑인' 남성의 '폭력'으로 축소.은폐되는 매커니즘을 분석하고 있다. 대중매체에 재현된 흑인 여성의 성을 다룬 9장에서는 나오미 캠벨, 티나 터너가 섹스어필을 통해 스스로 성의 상품화에 참여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20세기 들어 여성들 사이에 만연한 다이어트와 신경성 거식증을 19세기의 히스테리에 비유한 5장이나, '여성성'에 대한 분석을 푸코의 권력/지식에 연결시킨 10장은 주목할 만한다.

이 책은 여성의 몸이 가부장적 사회에 순응하는 매커니즘을 밝히고, 관음증적이고 물신숭배적인 문화에 의해 어떻게 조작되고 왜곡되는가를 폭로하면서 그런데도 '왜 모든 여자가 페미니스트인 것은 아닌가'라는 자문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