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사상가인 남명 조식(曺植, 1501~1572)의 유작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춰 번역.출간하는 사업을 일단락 짓는 신간 <사람의 길 배움의 길>은 남명이 평소 독서하면서 인상깊은 구절을 뽑아 적어두고 읽었던 독서록을 그의 제자 정인홍이 편집, 출간한 <학기유편(學記類編)>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남명 개인의 독서록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젊은 날 직접 손으로 적어두었던 글씨가 이제는 너무 작아 읽기 어렵다는 남명 만년의 호소로, 제자 정인홍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근사록>의 체재에 맞추어 편목을 분류한 이 책은 '도의 통체를 논함'과 '학문을 하는 요체' '앎을 이룸'을 비롯한 12편으로 이뤄져 있으며,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인조반정으로 남명의 제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던 북인파가 몰락하면서 정인홍이 서문을 쓴 초판본인 정사본이 자취를 감추거나 난도질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책에는 편집에 기여한 징인홍의 존재를 부인하는 동계 정온의 경진본(庚辰本)의 발문도 옮겨놓아 책의 운명을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