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 - 새책

용은 매우 상반된 이미지 고리로 엮여 있다.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 단어이면서, 막상 이야기의 화제로 삼았을 때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것이 별로 없다. 용왕, 용신으로 민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애환을 함께 나누는 한편, 왕이나 절대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무심히 지나칠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주위에 숨어 있는 용의 모습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 그 방대함과 다양함, 유구한 역사성 등에 경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수십 년 간 끈질긴 관찰과 노력으로 수집해 온 한민족의 용에 관한 모든 자료를 집대성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용은 무엇이었으며, 무엇이며, 앞으로는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 자료 모으기의 결론은 읽는이의 몫이다. 용은 생각하기에 따라 허무한 상상력의 거품이 빚어낸 것일 수도 있고, 어딘가에 실재하는 신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고,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자기 자신의 욕망이나 포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을 꼽자면 방대한 분량의 용 미술품이다.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는 민화 속의 용, 선비의 입신양명을 기원하는 문자도, 벽사용으로 대문에 붙였던 용 그림, 도자기와 각종 불구(佛具)에 새겨진 다종다양한 용 조각 등 방대한 사진 자료가 들어 있다.

총 240여 컷의 사진에 담긴 용은 얼굴 생김새부터 표정, 몸놀림, 동작에 이르기까지 제각각 개성있는 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대형 사이즈로 용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민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나 캐릭터 디자이너, 건축학자, 민속학이나 불화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