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영혼 속에 들어있는 선과 악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서양 미술의 오래된 테마 중 하나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중세 사람들이 미덕과 악덕을 알레고리로 표현해 온 현상을 미술품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알레고리란 추상적인 개념을 다른 구체적인 사물을 빌어 표현하는 방법, 즉 상징이나 의인화를 뜻한다.

중세에 와서는 이러한 표현 방식이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미덕과 악덕의 테마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를 거쳐 19세기까지 지속되었다. 이에 대한 연구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졌던 선과 악에 대한 관념, 종교관과 세계관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재현양식을 토대로 서양 중세 미술사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풍부한 주석ㆍ도판들과 함께, 긴 시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짧은 분량으로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도 장점. 미덕과 악덕의 '동적인 표현, '정적인 표현' 2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