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몽환의 수사학으로 생의 비참함을 꿰뚫어보는 개성적인 시각의 시를 선보인다. 시인의 눈은 고고학자의 것처럼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그의 시는 세상이 묻어놓고 덮어놓거나 외면해버린 풍경들을 발굴하면서 시작된다.

시인은 행복과 불행이 뒤섞인 세상을 치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생의 단면을 실마리 삼아 배후의 풍경을 그려낸다. 시인이 형상화한 세상은 비참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다. 비참함 속을 열어젖히면 드러나는 진실과 오묘한 빛을 포착해 그만의 언어로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땅속에 묻힌 값비싼 보물을 노리는 자가 아니다. 오히려 나무 위의 세상이 어떤지 안부를 묻는 관찰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