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시선집 (알시33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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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설명
2000년에 출간되었던 책을 다시 펴냈다. 정호승 시인의 30여 년에 걸친 시작활동이 응축된 결과물. 해설을 쓴 김승희 시인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맑은 꿈'을 정호승 시세계의 중심으로 본다. 정호승 시인이 다루는 소재, 주제, 지향이 달라진다고 해도 한결같은 순수와 정결함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등을 닮아 있다. 윤동주의 순수와 정결함, 시대를 슬퍼하는 괴로움 등은 그의 대표시 <서울의 예수>에서 만날 수 있으며, 초기 시에 지배적으로 흐르는 3·4음보의 율격은 김소월의 리듬과 상당히 닮아 있어 민중의 정서를 끌어당기는 음악적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전통적인 형식과 정서에서 흔히 드러나는 상투성을 극복하는 방식을 보면 만해가 선적인 역설과 불교적 상상력으로 연시(戀詩)의 분위기를 극복해낸 것과 유사하다.
그런가 하면 정호승 시인은 초기시에서부터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현실을 '사창가'로 비유하면서, 그 체제의 희생자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보여왔다. 신문팔이, 구두닦이 소년, 혼혈아, 맹인 부부, 노숙자 등의 소외된 계층은 예수의 아내가 창녀가 되는 자본주의의 무서운 현실을 드러내주는 기호들이다.
정호승 시인은 서구 자본주의의 속악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태학적 세계관에서 찾는다. 우주 만물을 묶고 있는 생명의 끈으로 이성중심의 폭력적인 근대의 세계관을 정화시키고, 현대인의 욕망을 구원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정호승 시인은 자본주의적 사창가를 뛰어넘는 참혹한 맑음의 힘을 (불교적 색채가 강한) 생태학적 세계관과 선적 언어에서 발견함으로써 당대인들을 결박하고 있는 욕망과 정신의 남루함을 활활 태워버린다.
도서 부연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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