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새책)

193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독창적인 문제제기와 나름의 해법을 혁신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15년 동안 구상한 이 책에 대해 "이 소설에는 내가 했던 모든 것의 완벽한 종합과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의 원천이 들어 있다"고 고백한다. 피란델로 문학의 총체적인 면모가 담겼다. 어느날 아침 자신의 모습이 이제까지 자신이 생각해온 것과 다르다는 걸 인식한 모스카르다. 자신이 바라본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그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한 그는,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나라고 믿어왔던 것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그는 껍질을 벗어던지고 바깥에서 자신을 응시한다. 외모, 성격, 인간관계 등 외형적 조건이 없다면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숫자만큼 분열되는 영혼을 인식하며 그는 끔찍한 고통을 느낀다. 피란델로는 '존재의 파괴와 부정'이라는 테마를 형상화하면서, 이야기 구조 역시 파격적 형식을 취한다. 그는 근대 세계에 대한 위기의식과 주체의 분열을 읽기 쉽지는 않지만 치열하고 잘 짜인 언어로 훌륭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