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하드커버+자켓)-새책

<님의 침묵>의 시인이자 소설가, 한국 불교를 쇄신한 승려, 그리고 강직한 독립투사로 잘 알려진 만해 한용운(1879~1944)의 평전이다. 백범 김구, 단재 신채호, 심산 김창숙 등 독립운동가들의 평전을 차례로 써낸 김삼웅의 현대인물 시리즈 네 번째 편이다.

만해 한용운은 우리에게 변절하지 않는 독립투사의 모범으로 잘 알려져 있다.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중 유일하게 변절하지 않은 이가 바로 한용운이다. 책은 그 외에도 친일파 최남선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독립선언서에 '공약삼장'을 추가하고, 일본인 검사의 심문에 <조선독립이유서>를 작성해 민족혼을 일깨우고자 했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의 대쪽같은 성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일화들을 책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의 다양한 정체성만큼이나 많은 활동을 벌이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만해 한용운의 행적과 사상을 고루 살피고 있다. 승려의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그의 명논설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한국 불교의 낡은 정신을 비판하고 자유·평등주의에 입각한 개혁안을 제시한 한용운의 모습을 살펴본다.

또한 <님의 침묵> <복종> 같은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만해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선시' 장르의 개척, <흑풍> <박명> 등 그가 쓴 장편소설, 민중 계몽과 불교 개혁을 위해 발행한 잡지 '불교' 등 문인으로서의 활동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만해가 쓴 시와 짤막한 글 다수의 전문을 그대로 실어 그의 글재주를 그대로 엿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눈에 띈다.

만해의 아버지가 의병으로 활동했다는 기존의 시각을 뒤엎고 오히려 의병 활동을 탄압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이 때문에 그의 내면에 존재했던 일종의 아버지 컴플렉스가 만해로 하여금 더욱 민족적 대의를 고수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을 제시하기도 한다.